결국, 대출받기 위해 은행까지 가다.

이번에는 좀 더 심상찮은 메일이 왔습니다.

 

"WITHHELD LUGGAGE"

 

Madam for your information, according to the investigation that was carried out on your consignment, currency was discoverd inside your luggage which violated our shipping policy and it involves some taxes to be paid before we could allow it to further its destination to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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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Account Number for the payment shall be provided to you later.

 

얼른 돈 내놓으라는 독촉 메일이었습니다.

 

다음 메일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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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 is the Bank Account for the payment.

계정 이름 : SAFA**VA  SH**RA

계정 번호 : 339910379*****

BANK: K*B H***

(한국인들 대상으로 사기 치려고 한국에 있는 은행으로 계좌까지 개설했나 봅니다.)

 

그에게 왓츠앱으로 연락했습니다. 나는 절대로 돈 못 갚아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잘생긴 얼굴에 약해져 버렸습니다. 그에게 그래, 내가 대출을 받아서라도 벌금 내줄 테니까 트렁크 안에 든 돈 중 3,530 USD만큼 내가 바로 가지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그러라고 제발 돈만 갚아달라고 했습니다.

 

그다음 날 아침 일단 우체국으로 향했습니다. 그의 트렁크가 마닐라에서 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우체국에 가서 그가 나에게 준 우편 확인서 같은 거를 제출했습니다.

 

우체국 직원분은 저 영수증의 수하물 번호

UK04085051 KR

을 전산에 입력해보더니 이 번호는 우체국 수하물 취급 번호가 아닌 거 같다고 하였습니다. 

이유인즉슨 우체국 수하물 취급 번호는 

"04085051"

의 여덟 자리가 아홉 자리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럴 리 없다고 다시 한번 확인해주시면 안 되겠냐고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확인을 해보더니 마찬가지라고 하였습니다. 우체국 말고 다른 기관에서 보낸 거 같다고 그 기관 가서 알아보라고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꼭 '저 사람 사기당하고 있는 거 아니야? '라는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는 거 같아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거는 그냥 제 자격지심이었던 거 같습니다.

 

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덴마크의 시간은 한국이랑 달라 새벽이라 자느라 안 받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그의 수하물이 마닐라에서 잘 있는지 확인하는 건 잠시 보류하고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으로 향했습니다. 이리저리 은행 직원분이랑 대출 상품을 알아보던 중 내 책임이 전혀 아닌 일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그를 위해 내 신용등급까지 내려가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출을 받는 게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은행 직원분께는 괜찮다고 대출 안 받겠다고 말하고 은행 문을 나섰습니다. 

그에게는 당신을 위해 은행 대출까지 하려고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대출을 할 수 없었지만, 당신을 위해 나는 아침부터 우체국에 들렀고 우체국에서 당신이 보낸 수하물 번호는 한국 우체국에서 취급하는 번호가 아니니 다시 한번 알아봐라고 왓츠앱으로 보냈습니다.

몇 시간 뒤 그는 내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며 어떻게 자기한테 이럴 수 있냐고 했습니다. 네, 이제는 정말로 그의 잘생긴 얼굴에도 더 이상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그에게 질려버렸습니다.

아침부터 우체국 가서 있지도 않은 수하물 번호로 확인하려고 1시간 정도 있었고 (회사 회의에도 빠져가며) 또 은행까지 가서 신용등급 떨어질 각오까지 하며 대출상품까지 알아보고 나니 그에게 완전히 질려버렸습니다.

 

이제부터 그가 뭐라 하든 어떤 메일이 오든 상관을 안 하기로 했습니다.

 

-이때까지도 이것이 로맨스 스캠이란 것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