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로 계속 월드링크 뭔가에서 계속 돈을 내라고 독촉 메일이 왔습니다. 전 배 째라는 식으로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외교부랑 정부에 그와 나의 문제를 넘기겠다고 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그들이 나의 금융정보를 조회해보겠다고 했습니다. Money Laundering을 했는지 등을 조사하겠다면서요.
하...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입니까... 하지만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전 돈세탁을 한 적이 결단코 없었기 때문이죠.
한국의 은행에서 메일이 왔습니다.
"(K*은행) 금융거래정보 제공 사실 안내"
라는 제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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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께서 거래하신 금융거래정보에 관해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4조의 2에 의거 고객님의 금융거래정보 제공내역을 아래와 같이 안내드립니다.
------이하 중략------
진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남자 때문에 제 금융정보가 다른 나라까지 새어나가다니요.(딱히 중요한 건 없었지만요.) 진짜 억울했습니다.
-이 로맨스스캠 일당들이 진짜 조직적으로, 철저하게 사기 치려고 작정을 한 거 같습니다. 한국 메이저 은행까지 가담하게 하네요.-
이때쯤에는 그가 사기꾼인 걸 인지했습니다. 그래서 그 뒤로도 그들에게서 메일이 왔지만 무시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내가 계속 무시하자 애가 탔나 봅니다. 나의 조용함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그들은 나에게 묵직한 한 방을 날렸습니다.
"I hope you know the consequences of money laundry and financial crime which you and Mr *** have just committed"
아무리 그가 사기꾼이란 것을 인지했지만 금융범죄에 연루됐다는 말에 눈 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사랑 가지고 사기당한 것도 억울한데 돈세탁과 금융범죄에 연루되다니 정말 너무 억울했습니다. (정부와 관련된 돈세탁 범죄에 연루됐다고 협박하는 것은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수법이죠. 왜 그때 그가 사기꾼인 걸 인지했으면서 돈세탁범죄에 연루됐다고 협박당하는 것도 사기라는 거를 인지를 못했을까요;;;지금 제가 이 글을 쓰면서도 그때의 제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와 연락하면서, 계속 친구로 지내고 있던 워싱턴 사는 중국계 친구한테 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자기가 국제우편 취급하는 곳에 아는 친구가 있으니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도와준 사실을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중국계 친구가 자기 친구의 번호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빨리 연락하라면서요. 전화를 해보니 받지를 않아 그냥 왓츠앱으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거기서 그의 수하물 번호를 물었습니다. 한국 우체국에서는 숫자 자릿수가 9개가 아닌 8개라 취급을 못해준다는 그 번호를 물어보지 거기서는 확인이 가능하더군요. 중국계 친구의 친구는 확인해보니 큰 문제가 발생했다며 그가 그 트렁크에 넣지 말아야 할 큰돈을 넣었다고 했습니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하냐 하니 한국돈 100만 원 정도 자기가 가르쳐주는 계좌로 입금하라고 했습니다. 나는 그 돈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쪽에서 그럼 얼마 정도 입금할 수 있냐고 묻자 제가 한국돈 15만 원 정도 지불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다행히도(?) 알았다며 자기가 보내주는 계좌로 내일 오전 11시까지 한국돈 15만 원을 입금하라고 했습니다. 입금한 수 영수증을 사진 찍어서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그 은행은 말레이시아 소재였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이런 류의 사기를 치는 조직이 있다고 합니다. 나중에 알았습니다;;;)
와~그 당시에는 그 중국계 친구가 너무도 고마웠습니다. 그가 천사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그 친구 덕분에 400만 원 가까이 되는 돈을 15만 원으로 합의를 보다니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다음날 오전 11시쯤 15만 원을 입금하러 은행에 갔습니다. 은행에서는 국제송금이라 3만 원의 수수료를 더 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네, 18만 원 냈습니다. 하...
이렇게 송금하고 영수증 사진을 찍어 보냈습니다.
이렇게 다 정리했다고 생각하고 미프 사기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았습니다. (왜 그제야 미프사기를 검색해보았을까요;;;진짜 그한테 푹 빠져서 이성이 마비됐었나 봅니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당했더군요. 몇 년 전에는 뉴스에도 나올 정도로 이슈가 되는 범죄 유형이었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Money Laundering 이랑 정부랑 관련돼서 범죄에 연루됐다며 협박하는 것은 보이스피싱이니까 이때까지 나한테 왔던 메일은 다 가짜, 그러면 나에게서 15만 원을 내고 몰래 사건을 해결해 준 그 우편 관련 중국계 친구의 친구도 사기꾼... 그렇다면 그 중국계 친구도 가짜, 즉 사기꾼이었던 겁니다. 왜!!! 돈을 송금하고 깨달은 걸까요!!! 왜!!! 내 돈 18만 원!!! 왜 하필 액수도 18만 원인가요 왜!!!
로맨스 스캠의 유형 중 하나가 1년 정도 친분을 쌓은 다음 돈을 빼가는 수법도 있다고 합니다. 아마 그 중국계 친구, 아니 그 사기꾼이 저의 어려운 상황을 해결해주고 차근차근 저랑 친분을 쌓은 다음 사기를 치려던 계획을 했던 거 같습니다.
네, 저는 두 명의 사기꾼한테 당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두 마리의 방울뱀이었나요...?
그 중국계 친구(?)한테 너는 사기꾼이라면서 내 돈 돌려놓으라고 했습니다.
그는 너를 도와준 나한테 그럴 수 있냐고 정말 무례하다고 했습니다. 무례하긴요, 사기꾼 주제에.
제가 강하게 나가자 그 사기꾼은 저를 차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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