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2010년 4월초 (벌써 11년전이군요), 그때는 절기상 봄인데도 유난히도 추워서 계속 겨울 신발이랑 옷을 입고 다녔습니다. 어쩌면 제가 몸이 안 좋아서 더 춥게 느꼈을 수도 있겠네요. 그 당시 서면에 있는 동보서적 2층 어떤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데 (서점에서 보라는 책은 안 보고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한 외국인이 저에게 "헬로~"라며 말을 걸었습니다. 전 당황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영어는 못했지만요. 난 그래도 용감하게 "하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시간있으면 자기랑 같이 놀자고 합니다. 자기 이메일을 가르쳐주면서 제 이메일을 물었습니다. 우린 그렇게 이메일을 서로 주고받았습니다. 그때가 아마 스마트폰이 보편화가 되기 전이었던 거 같습니다. (기억이 잘 안나네요;;;)이메일 주고받기, 정말 정겹지 않나요?ㅋ
그 당시는 김연아가 피겨로 이슈였습니다. 그도 그걸 잘 알았는지 자기 나름대로 센스를 발휘한다고 김연아를 언급했습니다. 김연아 안다면서요 ㅋㅋㅋ뭐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날 오후쯤 메일함을 열어보니 그에게서 메일이 왔습니다. 잘 들어갔냐면서요. 그리고 우린 그 다음날 서면 롯데백화점 정문 앞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저, 참 겁이 없었나 봅니다. 사실은 믿는 구석이 있었어요. 제가 사주를 조금 아는데 2010년은 사주상 운이 괜찮은 해였거든요. 그거 믿고 겁도 없이 처음보는 외국 백인 남자를 만나러 갔습니다. 역시 그 해에 운이 좋았나 봅니다. 그는 우리가 흔히들 자주 만나는 미국, 캐나다에서 온 사람이 아닌, 뉴질랜드에서 왔습니다. 뉴질랜드에 대해 전혀 관심도 없었고 몰랐는데 그래서 더욱더 신기했습니다. 그도 부산에는 뉴질랜드 사람 진짜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때는 말을 전혀 못하고 알아듣지도 못해서 종이에 쓰면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저는 그 당시에 영어로 쓰지도 못했습니다. 독해만 할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거의 그가 쓴 문장을 보고 "예스 또는 노"로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신기하게 대화가 진행은 되더군요.
그 친구는 부산을 참 마음에 들어했습니다. 자기가 사는 곳은 뉴질랜드 웰링턴인데 사람이 적어서 무척 심심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부산은 크고 사람들도 아주 많고 밤에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어서 아주 마음에 든다고 합니다. 특히 밤에 치안이 너무 좋답니다. 또 부산의 청소년들이 너무 착하답니다. 그렇겠죠...뉴질랜드 청소년들 안 봐도 상당할 거 같긴 합니다. 전 근데 왜 한국 청소년들이 착하다고 말하는 그가 왜 이렇게 순수하다고 느껴지는 걸까요? 삭막하고 경쟁심하고 늘 바쁜 한국 사람들을 보다가 그는 정말 처음 보는 유형의 순수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와~어떻게 저렇게 순수하고 착할까가 그에 대한 나의 생각입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근데 한국에서는 없는 유형의 순수함이라 적응하기 힘든 면도 큽니다.
그가 뉴질랜드로 돌아가게 되었을 때 우리는 마지막으로 맥주를 같이 마셨습니다. 근데 그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습니다. 아...정말 당황했습니다. 우리 둘은 그렇고 그런 사이도 아닌데 왜 우는 건지 이해가 안 됐습니다. 내가 그한테 그 정도의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너무 서럽게 펑펑 우니 어떻게 해야할지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사실 감동한 게 아니라 문화차이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우는 거지? 왜???내가 자기한테 대체 뭐라고.'
그저 그보고 울지말라고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가식적으로 같이 울지는 못했습니다. 전 눈물이 나지 않더라고요;;; 어쩌라고요...눈물이 나지 않는걸...
저랑 같이 뉴질랜드에 가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가면 좋죠. 돈만 있으면. 그의 집에서 숙박하면서 뉴질랜드 여행하면 숙박비는 안 내도 되잖아요 ㅎㅎㅎ근데 비행기값이 없는 걸요. ㅋㅋㅋ
그렇게 그는 뉴질랜드로 돌아가고 정기적으로 우리는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1년 뒤 그는 또 부산에 왔습니다. 우린 그렇게 또 그냥저냥 만났습니다. 순수한 친구사이로요.
전 참 재미가 없었습니다. 근데 모르겠더라고요. 그는 어떻게 느끼는지. 문화차이가 하도 커서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예상을 못하겠더라고요. 하지만 확실한 건 그는 진짜 순수하고 착하다는 것입니다.
이놈의 문화차이때문에 제가 너무 힘들어서 중간중간에 짜증도 내고 토라지기도 했는데 다 받아줬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건데 그의 생년월일을 알게 된 뒤 만세력을 넣어보니 그는 저의 용신이자 천을귀인 글자인 巳를 가지고 있더라고요. 거기다 이 글자는 저에게 역마살입니다. 소름이 돋았습니다. 용신이자 천을귀인이자 역마살 글자인 巳를 가지고 있다니. 그래서 외국인(역마살)이면서 용신이고 천을귀인이라 저한테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려고 한 거 같습니다. 중간중간에 제가 이 친구랑 문화차이때문에 힘들어서 연락을 끊으려고 했는데도 계속 자상하게 잘해주면서 연락을 이어나갔거든요. 이렇게 10년이상 지속적으로 외국인 친구와 연락을 계속 하는 게 쉬운 건 아니잖아요.
그럼 왜 하필 "뉴질랜드로 가려하냐면", 당연히 이 친구의 영향이 제일 큽니다. 외국에 같은 한국사람친구가 아닌 (그거 아시죠? 외국에서는 같은 한국사람 믿으면 위험하다는 거) 현지 친구, 그것도 이렇게 안 지 오래된 친구가 있다는 게 참 든든합니다. 그 외에 뉴질랜드에 대해 알아보니 정치인들이 그렇게 청렴할 수가 없다네요. 정치인들이 청렴하게 활동하는 것이 뉴질랜드의 복지가 잘 운영되는 데 한 몫한다고 합니다. (중간중간에 돈을 횡령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겠죠)또 남들 시선을 별로 신경 안써 직업의 귀천이 실제로도 없다고 합니다. 한 달 남짓한 휴가도 엄청 꿀맛같은 뉴질랜드의 메리트죠. 인종차별도 영어권 국가 중에 제일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좀 살아봤지만, 일본 역시 아시아 특유의 수직 관계를 벗어나지 못 하는 문화를 가진 것을 느끼고 그냥 이참에 탈아시아를 하기로 했습니다.
전 이제 아이엘츠 공부하는 것을 즐길 겁니다.
아시아에서 이만큼 살아봤으니 (그래봤자 한국, 일본이지만.) 이제는 영어권 국가에서 살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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